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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9월호] [충남사회적경제 도민기자단] 사회적경제 우수사례 인터뷰_ (주)어콜렉티브그레인 편
  • 관리자
  • 2023-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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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라서 어렵지 않은 걸음지속 가능한 먹을거리로 삶을 나눠요.

사회적기업 (주)어콜렉티브

 

 

충남 사회적경제 도민기자단

김 진 경

 

 

토종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다양하지만, 개량종에 밀려 사라지지 않도록 명맥을 이어온 농부들의 마음, 뚝심이 떠오른다. 그렇기에 오늘날까지 지속이 가능했던 것이리라.

 

지역의 토종 곡물을 찾아 그것을 대중화시키고, 그 속에서 곡물과 인간의 다양성 사이에 교집합을 만들어나가는 사회적 기업 어콜렉티브를 만나보자.

 

 

주식회사 어콜렉티브그레인 김현정 대표, 천재박 브랜드 디렉터

 

 

어콜렉티브(이하 어콜렉티브, 대표 김현정)의 김현정 대표와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천재박 매니저는 부부 사이다. 서울에서 각자의 분야에서 일하고 있던 부부는 정신없는 도시에서의 삶을 돌아보고 아이의 교육 문제 등을 고려해 김현정 대표의 고향인 공주시로 이주하게 됐는데 그 발걸음이 어콜렉티브의 시작이었다.

 

쌈지농부라는 회사에서 농업의 기반에 문화예술을 접목한 문화예술 마케팅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천재박 프로젝트 매니저는 그 경험을 살려 공주에서도 자연스럽게 농업에 관련된 일을 해봐야겠다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그러다가 그간 쌓아온 경력을 통해 지역의 생산자들과 연결이 되었고, 토종 곡물을 재배하시는 분들을 만나 그분들과 지역 생활을 공유하게 되면서 토종 농산물 재배와 보급이야말로 농업에서 굉장히 중요한 가치를 갖고 있지만 소외된 분야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하지만 토종에 대한 모든 것을 다룰 수는 없으니 우리 생활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식사를 떠올렸고, 가장 상징적인 밥에 주목하게 됐다고 한다. 토종 곡물에 브랜드 MD였던 김현정 대표의 경험과 천재박 프로젝트 매니저의 농업과 문화예술의 경험이 만나 새로운 장르가 펼쳐지는 순간이었다.

 

어콜렉티브는 이제 막 3년이 된 기업이다. 사회적 기업 인증은 올해 초에 받았다. 농업 분야 사업은 시작 자체에 큰 의미를 둘 수 있다. 농업이라는 분야가 단기간 내에 성과를 내기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서 그렇다. 생산에 성공한다고 해도 궁극적으로 이 비즈니스가 확장되기 위해서는 토종 농사를 짓는 생산자분들이 많아져야 하기 때문이다.

 

김현정 대표와 천재박 매니저는 사업을 시작하면서 기업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사회적경제, 사회적 기업 제도의 도움을 받게 되었다. 어콜렉티브가 공정무역 같은 영역을 다루는 것도 사회적 기업이 될 수 있는 한 영역이라는 걸 알게 되고, 그렇다면 토종 곡물들을 유지하고 수집하고 확산하는 일에서 사회적 가치가 있지 않을까 해서 연결점을 찾아 나가게 되었다. 지원 사업이 있어 기업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는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한다.

 

곡물집으로 불리고 있는 카페는 공주시 구도심(공주시 봉황동 소재)에 있다. 곡물집은 여느 카페와는 인테리어에서부터 차별성을 두고 있는데 카페에서 작업실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처음에 이런 콘셉트로 꾸몄던 이유는 생소한 곡물을 사람들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소개하고 싶어서였다고 한다. 토종 곡물을 사람이 눈으로 보고 만지고 구경을 하더라도 그것보다 실제로 먹어보는 경험이 굉장히 중요한데 그러려면 약간의 간단한 조리를 거쳐서라도 음료나 디저트로 먹어보게 되면 확실히 다른 경험이 될 수 있겠다고 차이가 날 수 있다고 생각을 했다고. 그래서 지금 매장에 전시 공간과 부엌이 있고, 부엌에서 토종 곡물을 활용한 메뉴를 만들어내는 휴게 음식점업을 겸업하고 있다. 시작하고 첫해 1년 동안은 김현정 대표, 천재박 매니저를 비롯한 직원들이 모여 이 곡물들로 뭘 해볼까를 고민했다고 한다. 주변 농가로부터 공급받을 수 있는 곡물들을 모아놓고서 어떤 것은 커피에 섞어보고, 어떤 것은 미숫가루로도 먹어보는 식으로. 그런 노력이 이어지다 보니 이제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MZ세대라고 부르는 젊은 세대들과 이러한 소재 자체에서 서로 영감을 주고받을 수 있는 것들이 있었다고 한다. 작은 도시로 이주하거나 이주한 곳에서 자신의 경험을 펼치기를 원하는, 지역에서 뭔가를 꿈꾸는 젊은 세대들과도 분위기가 잘 맞아서 그런 친구들이 이제 하나둘씩 합류하면서 어느새 8명이 함께하는 조직으로 성장했다. 이후 양산 제품 출시도 늘어나고, 이제 어느 정도 어콜렉티브의 틀이 잡혀가는 상태다.

 
 
곡물집의 전시 공간

 

곡물집의 제품들

 

곡물집의 제품들

 

 

어콜렉티브는 다양한 분야로의 기획, 다양한 분야와의 협업도 활발히 해왔다. ‘곡물집이라는 브랜드는 영어로 어콜렉티브 그레인이라고 하는데 어콜렉티브라는 용어 자체가 미술계에서 많이 쓰는 용어인 콜렉티브에서 왔다. 미술계에서는 기획사, 작가 외의 기타 분야의 사람들이 경계 없이 협업하는 어떤 체계를 얘기한다.

 

곡물집 자체가 토종 곡물을 대중에게 효과적으로 알리고, 대중의 일상생활에 친숙하게 함께 할 수 있게 하려면 다양한 분야와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천재박 매니저의 의견이다. 어떻게 보면 협력하는 것 자체가 어콜렉티브의 주된 활동 중에 하나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비즈니스 영역 자체가 뭔가를 하면서 협력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협력하는 것 자체가 우선순위라고. 그래서 틈나는 대로 요리 분야에 종사하시는 분들과 메뉴를 같이 개발해본다든가 하는 등의 노력으로 탄생한 것이 현재 카페 곡물집 매장에서도 판매하고 있는 앉은키 밀이라는 토종 밀로 구운 와플 같은 메뉴가 그런 대표적인 결과물이다.

 

오프라인에서는 사람들을 초대해 곡물 경험 워크숍이라고 하는 워크숍을 하는데 그런 프로그램도 식경험 디자이너들과 함께 개발했다. 그런데 워낙 소수의 인원으로 소규모 워크숍만 하다 보니 가정에서도 체험해보고 싶다는 소비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푸드 디자이너들과의 연구를 통해 토종 곡물을 집에서 간단하게 경험할 수 있는 키트를 개발했다. 키트를 구매해 친구들끼리, 가정에서, 아니면 어르신들 대상의 시니어 교육처럼 해볼 수 있는 다양한 키트를 개발하는 것이다. 이것이 좋은 기회가 되어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전시회를 하기도 했다. 요즘 미술계 경향이 결과물보다는 과정이나 생각들을 담아서 보여주는 것들이 많아서 곡물 하나하나를 탐구하고 그것에서 현대적인 가능성을 찾는 자체가 굉장히 예술적인 활동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생각해 참여한 전시회였다.

 

 

 

 

어콜렉티브는 구성원들 자체가 곡물 경험을 브랜드 비즈니스라고 인식하고 있다. 그 이유는 어콜렉티브가 토종 곡물만 잘 만들어서 잘 판매하는 것을 넘어서 토종 곡물과 지금 세대 간에 어떤 연결고리를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바쁜 현대생활 속에서도 자기 자신을 잘 돌보고 자신의 성장을 기대하는 요즘의 세대들에게 토종 곡물이 가진 다양성은 어느 부분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여러 곡물을 취향에 따라서 선택해보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가는 과정과 자신을 돌보는 삶 사이의 연결고리를 발견하는 것이다. 곡물집의 토종 곡물로 만들어진 제품 자체가 그들이 스스로 가꾸는 삶을 향해 나가는 데 작게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위로나 공감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메시지를 만들어서 활동하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전시 등의 문화 영역들도 사이드 워크샵이라기보다 어콜렉티브의 중요한 브랜드 활동 중의 하나인 셈이다.

 

사업 초창기에는 토종이라는 분야에 원래 관심이 있던 사람들이 곡물집을 먼저 발견하고 좋아해 주었다면, 시간이 갈수록 그런 분야를 전혀 들어보지 못했던 소비자들이 곡물집을 방문하게 되면서 곡물이 이렇게 생김새도 다르고 다 똑같은 콩이나 팥이라도 생김새도 다르고 이름도 다르고 유래도 다르고 맛도 다르구나.’ 이런 것들을 인식하게 되면서 몰랐던 것을 알게 돼 좋았다는 반응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제품들을 왜 일반 시장에서는 볼 수 없을까 하고 의문을 제기하는 단계까지 나아가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카페 천국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커피와 카페 사랑이 유난한 우리나라지만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고, 여기에서만 볼 수 있고, 여기에서만 알 수 있는 메뉴들이 소비자들에게 재미있고 흥미롭게 여겨지는 것 같다고 한다.

 

예전에는 독특한 것을 찾는 분들이 많이 방문했다면 지금은 공주를 방문하는 여행객, 공주의 원주민들에게도 주목받는 여행지 맛집이 되었다. 방문해주신 분들의 진솔한 블로그 게시글이나 리뷰들, 인스타그램이나 이런 매체들에 소개되어 어콜렉티브가 바라온 대로 좀 더 대중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이 된 것 같아 기쁘다고 했다.

 

작년에는 지역에서 의뢰받은 의미 있는 프로젝트들이 많았다. 농정원, 진안군, 청양군, 논산시 등에서 의뢰받은 일들이었는데 외부일을 많이 맡다 보니 자체 제품 출시가 좀 늦어져서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되었다고 한다. 올해는 외부 일을 최대한 줄이고 제품 출시에 더 신경을 쓸 계획이다. 이전까지는 생산량도 약간 소꿉장난 같았다면 이번에 개발한 제품군은 4~5천 개, 1만 개 정도 제작을 해서 다른 지역의 편집숍 등에서도 물량들을 검색할 수가 있고, 조금 더 비즈니스적으로 확장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좋은 제품들이 시장에 더 많이 알려지고 판매가 촉진되면 개발, 연구 분야가 좀 더 진척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다.

 

어콜렉티브는 앞으로 물리적으로 토종 곡물의 경작 면적을 늘려나가는 노력을 조금씩 시도해야 하는 상황이다. 토종이라는 것이 그 토종 자체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결국 요즘 국제적으로 얘기하고 있는 지속 가능한 미식이라는 키워드로 봤을 때 그것의 근간은 농부하고 지역의 토종 농산물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야 이것이 지속 가능할 수 있으며, 이것이 가장 밑거름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앞으로 좀 더 많은 대중에게 그들의 실생활에서 좀 더 와닿는 이야기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지속 가능한 미식이라는 분야로 어콜렉티브의 일들을 더욱 확장시키려는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지난 618일은 유엔이 지정한 지속 가능한 미식의 날이었다. 그래서 어콜렉티브는 618일에 다양한 사람들과 우리나라 각 지역에서 이 분야의 활동을 하시는 분들을 모시고 대화 모임 등의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지속 가능한 미식이라는 키워드가 그냥 맛있는 거 먹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지역 도시의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굉장히 강력한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공주시에도 계속 제안하는 상황이다. 이런 시도의 하나로 학문의 도시의 이미지를 가진 공주시와 장기적으로 공주 미식 학교(가칭)를 설립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공주 미식 학교는 대안 대학교의 형태일 수도 있고, 직업학교일 수도 있다. 상업과 교육이 결합한 모범적인 모델로 발전시켜나가기 위해 설립을 위한 연구를 꾸준히 하고 있다.

 

그 밖에 토종 곡물음료를 마시면서 가정이나 친구들과 체험해볼 수 있는 비대면 워크숍 등을 새롭게 개발할 계획이라고 한다.

 

 

지속 가능한 미식의 날 행사(2023. 6.)

 

 

천재박 매니저는 처음 사회적 기업을 하면서 많은 단계의 과정이나 형식들을 거치면서 좀 비효율적이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할 때도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제는 3년 차로 익숙해지고 보니 기업 가치와 미션을 매년 구성원들과 업그레이드해 나갈 때 적어도 우리가 사회적 가치가 무엇인가를 항상 좀 중요하게 여기고, 그것부터 잡고 들어가는 게 훈련이 됐다고 한다. 그렇게 되고 보니 이 과정은 일반 회사들에도 필요한 과정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처음에는 잘 모르고 시도했지만 궁극적으로 리더십을 갖춘 기업이 되려면 그러한 기틀을 가지고 있는 것이 지금의 결과에 굉장히 도움이 된 것 같다고 했다.

 

기업의 가치와 미션이 회사 정관이나 회사 생활 가이드 같은 곳에 다 명시돼 있다 보니 지금 함께 일하고 있는 구성원들도 그런 차원에서 아이디어들이 많이 발현된다고 한다. 회의 때에도 계속해서 좀 더 우리가 하는 일들이 우리 사회에 기여될 수 있는 지점들을 고민하고, 이러한 고민이 중요한 이슈로 다뤄지는 걸 보면서 이런 제도가 실제로 기업 안에서 기능을 하는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천재박 매니저는 마지막으로 당부했다.

 

충남 사회적 기업 중에서도 지역의 로컬 푸드라든지 요식이랑 관련된 요식업 관련 분야를 고민하시는 분들이 꽤 많은 것 같더라고요. 이런 분들 모두가 농업이나 음식을 다룰 때는 우리 스스로가 이 정도는 좀 지키자 하는 마음들을 가지고 일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꼭 토종이 아니더라도 그런 분야를 생각하시는 분들은 지역에 좋은 농산물을 농부들과 실제로 만나서 거래하면서 일을 하게 되면 더 풍성한 먹을거리들을 지역 내에 선보일 수 있고, 확실히 도움이 되실 거라고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토종에 관심이 있거나 곡물집의 곡물차처럼 토종 곡물이나 뭔가를 이용해서 메뉴가 개발하거나 하는 분들이 있다면 언제든지 환영하고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말을 전했다. 서로 경쟁하는 상황이 아니라 함께 건강하게 시장을 키워나가고 싶은 어콜렉티브의 마음이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어떤 것이든 그것을 지켜내고 전해가는 일은 어떤 한 사람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리고 지속한다는 것은 그것에 대한 애정과 끈기가 더해졌을 때 가능한 일이다. 그 노력은 함께할 때 더 가치가 있고, 수월한 여정이 될 것이다. 토종 곡물을 통해 우리에게 지속 가능한 삶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 기업의 내일을 응원하게 되는 이유다.